국제 금 가격이 16일(현지시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더불어 ‘트럼프 리스크’로 인해 안전자산 수요가 확대된 여파로 해석된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6% 상승한 온스당 2467.80달러를 기록하며, 지난 5월20일의 전고점을 경신했다. 올해 들어선 19% 올랐다. 같은 기간 금 현물 가격도 장중 한때 2469.66달러까지 치솟으며 신고가를 다시 썼다. 금 현물은 오후 6시35분(미 동부 시간 기준) 현재 온스당 2467.5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 같은 금값 상승에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거나 금리가 낮아지면 화폐가치가 하락해 금과 같은 실물자산 투심을 끌어올린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내릴 가능성을 100% 반영 중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의 전략가 조니 테베스는 “투자자들 사이에 금 저점 매수에 대한 관심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Fed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발언이 (금 투자의) 촉매제가 됐다”며 “금 시장 가격이 심리적 수준인 2400달러 바로 위에 있기 때문에 향후 투자자들이 금 매수 포지션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2기 출범이 가시화된 것도 금값 랠리를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및 감세 정책이 미국의 재정적자는 물론 지정학적 긴장을 초래해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국가 수입품에 10% 관세를 매기고, 중국산 수입품엔 60~100%의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메리온 골드의 거래 책임자 데이비드 하긴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출되면 많은 사람이 금을 매수하게 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그를 불안정성과 연관시키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스위스 금 거래 업체 MKS 팜프의 니키 실스 수석 분석가도 “투자자들이 트럼프 집권 시 미국의 물가상승 및 재정적자 위험을 경계하고 있다”며 “Fed의 독립성이 침해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임기를 보장한다면서도 오는 11월 대선 전에 기준금리를 낮춰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중앙은행들도 금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식스의 애널리스트 베르나르 다다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미·중 갈등 속에서 달러의 대안을 계속 모색하고 있는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은 중앙은행들이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금 매입을 늘릴 유인이 된다고 진단했다. 앞서 UBS도 “일부 중앙은행들이 글로벌 부채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며 달러 및 유로화 표시 자산 보유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며 “많은 은행이 금으로 지급준비금을 채우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