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조성경 1차관이 최근 대전에서 언급한 ‘과학기술계 카르텔’ 사례에 대해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국내 연구자분들께 한 번도 그런 표현을 쓴 적이 없다”며 “차관의 발언은 그냥 개인적인 의견으로 알고 있으며 우리 정부 의견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장관과 일문일답.
Q. R&D 예산이 결과적으로 4조 6000억원 삭감됐다. 이른바 ‘R&D 예산 구조조정’이 이뤄진 결과라 평가하나.
“결과적으로 내년도 R&D 예산은 2조4000억원이 감액됐다. 우리가 정말 세계 최고의 R&D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정말 ‘군살을 빼고 근육을 붙여야’ 한다. 이번 예산안은 이런 취지로 보면 되겠다. 조금 더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조금 더 미래지향적이고 또 어떻게 보면 선택과 집중을 해서 우리가 해당 과학기술 경쟁력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Q. 12일 대전 한 행사에서 조성경 1차관이 8가지 예시를 들면서 과학기술계에 대해 ‘카르텔이 있다’고 언급했다.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장관 본인은) 우리나라의 연구자분들께 한 번도 그런 표현을 쓴 적이 없다. 연구자들이 현장에서 연구에 열과 성을 다해주신 덕분에 우리나라의 연구력이 상당히 올라갔다. 늘 감사하고 있다. (조 1차관 발언에 대해선) 차관께서 그런 발언을 하신 거는 그냥 개인적인 의견으로 알고 있다. 우리 정부의 의견이 아니다.”
Q. 예산 감축으로 ‘카르텔 타파’가 가능하다고 보는지.
“‘과학기술계 카르텔’은 우리가 내부에서조차 논의한 바가 없다.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이번 R&D 예산은 카르텔 그런 거하고 아무 관계 없다. 낭비적인 요소, 비효율적인 요소를 걷어내서 정말 우리의 미래세대가 앞으로 연구를 하는 데 있어서 제대로 경쟁력을 갖추어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앞으로 (R&D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면 증액이 될 거고 제도도 같이 바꿀 것이다. 우리가 이번 기회에 (새로운 R&D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게 추진하고 있다.”
Q. 각 대학에서 학생연구자 지원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당장 인건비 풀링제를 도입하고 있는 서울대조차 예산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학가에 상당한 부작용이 우려되는데. 해피머니 현금화
“연구비 중에서 학생 인건비 비중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풀링제 활용을 각 대학에 이야기했다. 이번 국회 예산심의를 거치면서 학생 인건비가 나오는 기초과제 삭감률이 대폭 줄어들었다. 계속과제 금액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려했던 부분이 상당히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또 부족한 부분들은 지금 장학금 또는 장려금 형태로 보충해 나갈 생각이 있다.
대학의 인건비 풀링제도의 경우 교수 개인별이 아니라 기관별로 해서 뭔가 그 기관 내에서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사각지대를 잘 보호해서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신경을 기울이겠다.”
Q. 대형 연구장치들이 전기료 상승 등으로 운용이 어렵거나 축소된다고 한다. 이번 예산안에서 장비 확충보다 관리에 집중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전기료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는데, 그런 부분도 보충해야 되지 않느냐는 현장의 우려가 있었다. 이 부분도 이번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순조롭게 반영이 돼서 소위 말해서 그런 대형 연구시설, 중성자 가속기, 양성자 가속기, 중이온 가속기 등등 이런 것들의 전기료 문제 상승 부분은 모두 예산을 확보해서 문제가 없게 됐다.”
Q. 기존 여야 합의 과정에서 글로벌 R&D에 대한 이견이 상당히 많았다. 글로벌 R&D는 그대로 유지됐는데 어떤 식으로 설득과 합의가 이뤄졌나.
“4대 과기원 세계 대학평가발표를 보면 국제공동연구만 20~30점으로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장관 일을 하면서 기관장 등 만나보면 협력의 분위기, 눈빛, 진지함이 있다. (해외 선진국과 협력하면) 더 큰 크기의 진동을 만들어낼 수 있다. 더 큰 연구협력의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국제공동연구에 대해 낮게 가져가는 것은 국익에 있어 손해다. 이런 것들을 언론에 많이 이야기한 바 있는데 (여야의) 협의 과정에서 많이 전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Q. 내년도 삭감된 예산을 갖고 연구를 지속해야 하는 연구자들에게 한 마디.
“삭감 비율이 대폭 낮아지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많은 연구자들은 마음이 불편하실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가 기존의 체계에서 또 다른 체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고통이다. 이렇게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이 어려움이 잘 지나가면 우리나라는 연구, 연구제도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어렵지만 긍정적으로 봐주시길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