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이 강력하고 일관된 비전 제시해야”

5월 27일 처음으로 한국 우주개발을 전담하는 정부 기관인 우주항공청이 출범합니다. 누리호와 다누리 성공 이후 우주 비즈니스에 대한 열망이 뜨겁습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세계 우주산업은 2030년 5900억달러(약 8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열악한 환경에도 미래 우주시장 개척에 묵묵하게 발걸음을 디뎌온 국내 우주기업들을 만났습니다. 우주항공청 설립에 대한 기대감, 우주 비즈니스에 대한 다이내믹한 도전을 연속으로 게재합니다.

“과거 냉전 시대에 미국 케네디 대통령은 ‘우리는 10년 안에 달에 간다’고 했습니다. 우주항공청이 강력하고 일관된 비전을 제시해야 민간 투자 업계 분위기가 바뀌고 우주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사라질 것입니다.”

이성문 우주로테크 대표는 5월 27일 개청을 앞두고 있는 우주항공청에 대한 기대를 이같이 표현했다. 우주개발을 전담하는 정부 기관이 생기는 만큼 일관된 비전을 보여달라는 바람이다. 이 대표는 “우주 기술에서는 ‘이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누리호 부탑재체 공모처럼 국내 우주 기업에 기술 검증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이끄는 우주로테크는 우주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위성 궤도 이동 및 폐기 솔루션을 개발하는 우주 스타트업이다. 2018년 처음 팀을 꾸려 기술 확보를 시작해 2023년 7월에 정식으로 법인을 세웠다.

우주로테크는 위성 내부 공간을 침해하지 않고도 추력을 이용해 임무가 끝난 위성을 폐기할 수 있는 장치를 주력으로 개발하고 있다. 첫 우주 진출은 2025년 하반기가 목표다. 민간 위성의 궤도 정보를 모아 충돌 등을 예측하는 공유 플랫폼 사업도 추진 중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025년부터 발사되는 위성에 임무 후 5년 내 폐기를 의무화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궤도에서 노후 위성을 제때 치우지 못한 미국 위성TV 기업 ‘디쉬 네트워크’에 사상 처음으로 우주쓰레기 명목의 벌금이 부과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미 유럽에서는 ‘우주보험’에 가입해야만 발사체를 우주에 발사할 수 있다”며 “우주보험의 보험료율 항목으로 폐기장치 탑재가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우주를 연구의 영역으로만 보지 말고 사업의 영역으로 봐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 대중 입장에서 우주 개발이 너무 먼 얘기처럼 느끼고 간혹 어떤 분들은 다 세금으로 하는 일이라고 오해하기도 한다”며 “대중 분위기가 바뀌어야 정부 예산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 대표와 일문일답.

Q. 처음부터 창업을 하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고등학생 때 딴짓을 하다가 우주선이 지상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영상을 봤다. 당연히 CG거나 국가 기관에서 한 건 줄 알았는데 영상이 끝나고 기업인 스페이스X의 로고가 나오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때 우주 기업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Q. 우주쓰레기에 주목한 이유는.

“처음에는 발사체에 관심이 있었다. 당시 국내에는 발사체 관련 기업이 하나도 없었고 해외에서 선도적으로 개발하던 상황이었다. 후발 주자로 따라잡긴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뉴스에서 국내 위성이 우주에서 충돌 위험이 있었다는 뉴스를 보고 우주쓰레기의 문제점을 인식했다.”

Q. 우주쓰레기 해결 방안을 어떻게 생각해 냈나.

“우주쓰레기가 정말 문제인지 확인하기 위해 2017년을 전후로 미국 실리콘밸리와 워싱턴DC 등을 돌아다니며 연구기관과 대학 등 40여 곳을 인터뷰했다. 다들 우주쓰레기가 문제라고는 생각하지만 돈이 많이 들고 딱히 규제도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추력을 이용한 위성 폐기장치도 있었는데 위성에 달면 부피가 커져서 부담스러워했다. 학부 때 인공위성용 추진 장치를 공부했기 때문에 가장 잘 아는 방법으로 우주쓰레기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생각을 했다.”

Q. 우주로테크의 기술에 대해 소개해 달라.

“위성 내부 공간을 침해하지 않도록 작은 로켓을 아주 얇은 판형으로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위성에 충돌 위험이 생기거나 사용이 끝났을 때 회피 또는 폐기할 수 있어야 한다. 위성 진행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추력을 가하면 위성의 속도가 줄고 궤도가 낮아지면서 대기와의 마찰이 커진다. 그러면 위성이 점점 지구쪽으로 떨어지며 불타 사라진다. 소프트웨어쪽으로는 위성의 위치와 속도를 파악하는 ‘궤도 정보 공유 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이다.”

Q. ‘궤도 정보 공유 플랫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면.

“위성을 폐기하려면 먼저 내 위성과 다른 위성의 위치와 속도를 계속 파악해야 한다. 현재 미국에서 궤도를 돌고 있는 물체의 데이터를 공유해주긴 하지만 오차가 크다. 위성의 정확한 궤도 정보를 예측하는 비용은 매우 비싸 개인이 활용하기엔 부담스럽다. 우주로테크에서는 현재 소프트웨어 설치 형태로 궤도 정보 모니터링을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성능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웹기반 AWS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고객들이 자신의 위성 데이터를 공유하고 서로 확인할 수 있는 전 세계 ‘궤도 정보 공유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Q. 앞으로의 사업 계획이 궁금하다.

“2025년 하반기 중에 위성 폐기장치를 우주에 보낼 계획이지만 최근 스페이스X가 무게당 발사 비용을 계속 올리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에서는 누리호 3차 발사 부탑재체 공모에서 아쉽게 밀렸지만 4차 발사에도 지원할 계획이다. 궤도 정보 공유 플랫폼도 당장 기업 수요가 있어 속도를 내고 있다.”

Q. 해외에 나갔을 때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

“해외 나가서 ‘이 기술이 좋으면 너희 나라에서는 왜 안 쓰냐? 국내 검증 안 됐는데 왜 해외에 파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정부가 주도해서 국내 우주 기업에 검증 기회를 많이 제공하고 국내 기업과 연구소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해외 행사에서 보면 다른 나라는 그 나라 고위 공무원들이 와서 자국 기업을 다른 기업과 나라에 소개하고 응원해 주기도 한다. 우리도 우주 분야 박람회 등 행사가 열릴 때 정부 측에서 직접 참석해 도와주면 큰 힘이 될 것 같다.”

Q. 우주 사업에 뛰어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면접 질문으로 ‘별 보는 것 좋아하냐’고 묻는다. 우주 분야는 눈앞에 뭐가 당장 보이지 않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 비하면 길게 봐야 한다. 우주를 좋아하고 꿈과 열정이 없으면 원동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Q. 우주로테크의 최종 목표는.

“우주 교통관리 기업으로서 앞으로 발사될 모든 인공위성을 관리하고 궤도를 컨트롤해 안보적, 기술적 역량을 가지려고 한다. 지구 궤도를 도는 물체의 수를 유지하려면 우주 궤도의 물체를 능동적으로 제거해야 할 뿐 아니라 앞으로 발사되는 위성의 임무 후 폐기율 95~99% 달성해야 한다는 조사 결과가 2023년에 있었다. 스타링크뿐 아니라 최근 중국에서도 저궤도 위성 2만6000개를 쏘겠다고 밝혀 앞으로 우주 교통관리가 더욱 필요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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