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강추위가 이어지며 한랭 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열사병, 열탈진 등의 온열질환과는 달리 한랭 질환에 대한 경각심은 낮은 편이다. 단순히 겨울철 자연스러운 추위라고 방치할 경우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랭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사람은 447명, 사망한 사람은 12명이다. 올해 더 매서운 추위가 찾아와 지난 12일까지 총 39명의 한랭 질환자가 생겼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15% 늘어난 것이다.
이중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체온이 35도 이하로 내려가는 ‘저체온증’이다. 이 병은 추위를 느끼고 몸이 떨리는 가벼운 증상으로 시작되지만 계속 추위에 노출되고 증상을 방치하면 의식장애, 심폐정지로 끝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지난해 전체 한랭환자의 67.1%가 저체온증이었고, 사망자 12명 모두 저체온증이 추정됐다. 이때 환자의 44.3%는 70대 이상 고령층이었다.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이재희 교수는 “저체온증에서 중요한 것은 의식저하로, 몸이 차가워지며 의식이 처지는 경우 빠르게 119에 신고하고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며 “병원에 오기 전까지 가능한 몸을 따뜻하게 하고 의식이 명료할 경우 달고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랭질환, 동상 vs 동창 차이는?
저체온증 외에도 주의해야 할 한랭 질환은 동상과 동창이 있다. 동창은 영상 5∼10도의 가벼운 추위에도 나타난다. 초기엔 증상이 없다가 점차 작열감과 함께 피부가 붉어지거나 가려워지는 등 염증이 나타난다. 심할 경우 물집, 궤양 등이 생길 수 있다.
동상은 피부 조직 안의 수분이 얼어 세포막이 파괴된 상태로 영하 2∼10도의 심한 추위에 노출됐을 때 나타난다. 손·발, 귀, 코 등에 주로 발생한다. 초기에 가려움과 함께 홍반을 띄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창백해지고 무감각해지는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동상은 동창과 달리 심해질 경우 조직이 죽고 피부가 검게 변하는 ‘조직괴사’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특히 요즘같이 눈이 동반되는 날씨에 눈을 밟아 신발이 젖게 되면 발에 쉽게 동상·동창이 생길 수 있다. 이때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면 손·발 절단까지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동상·동창이 의심될 때는 젖은 옷이나 신발은 제거하고 마른 옷(신발)으로 갈아입은 후 바람의 노출을 막고 따뜻하게 유지해야 한다. 동상일 경우 섭씨 38∼42도의 따뜻한 물에 붉은기가 돌아올 때까지 20분∼40분간 담가두는 것이 좋다.
다만, 응급 처치 후에도 촉감이나 피부색 등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응급실을 방문해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 교수는 “전국에 급격한 한파가 시작되면서 국민들의 신체 적응력이 다소 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노인, 영유아, 기저질환자는 체온유지, 혈액 순환 등 신체 능력이 전반적으로 저하되기 쉽다. 저체온증이나 동상·동창이 의심될 경우 주저 않고 응급실을 찾아 적절한 응급처치를 받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일상 생활 속 한랭질환 예방 수칙은?
질병관리청에서 공개한 한랭질환 예방수칙에 따르면 실내온도는 18도∼20도로, 습도는 40∼60%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외출 전 체감온도를 비롯한 날씨 정보를 확인하고 추운 날씨가 예상될 경우 가급적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무리한 운동보다 가벼운 실내운동이 좋다.
아울러 외출 시 내복이나 얇은 옷을 여러 겹 입고, 장갑, 목도리, 모자, 마스크 등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두꺼운 양말은 오히려 신발을 꽉 끼게 만들어 발에 땀을 차게 하므로 동상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