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거래를 막자 서학개미들은 비트코인 선물 ETF를 더 사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장에서 비트코인 선물 ETF 투심이 현물 ETF로 옮겨가는 데 반해 국내는 현물 ETF 거래가 막히자 선물 ETF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19일 머니투데이가 휴장일을 제외하고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일(현지시간 11일) 기준 앞뒤 3거래일간 국내 투자자의 매매 현황을 비교·분석한 결과 대표 비트코인 선물 ETF 2종의 순매수 규모가 상장 이전일 대비 총 1.7배 늘었다. 특히 레버리지 상품의 경우 순매수 규모가 4.4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현지시간 11~16일(결제일 기준 16~19일)까지 국내 투자자는 비트코인 레버리지 선물 ETF인 2X BITCOIN STRATEGY ETF(BITX)를 612만3073달러 순매수했다. 서학개미의 전체 해외주식 투자 종목 중 순매수 규모를 기준으로 13위다.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전인 현지시간 8일~10일(결제일 기준 11일~15일) BITX 순매수 규모가 138만3025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4.4배 이상 늘었다.
BITX는 미국 최초 비트코인 레버리지 선물 ETF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을 추종하는 상품이다. 2배 레버리지 상품이라 실제 비트코인 선물 등락률보다 2배 손익을 본다. 상승 시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물론 같은 기간 미국 최초 비트코인 선물 ETF인 PROSHARES BITCOIN STRATEGY ETF(BITO) 순매수 규모는 223만4837달러에서 19만7606달러로 감소했지만 2개 비트코인 선물 상품의 순매수 규모 총합은 이전보다 약 1.7배 늘었다.
국내 투자자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거래하지 못하기 때문에 선물 ETF 거래에 집중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자본시장법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국내 증권사를 통한 거래를 모두 막았다. 하지만 금융위는 비트코인 선물 ETF는 현행처럼 거래되며 이를 달리 규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해외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된 이후 선물 ETF에 대한 투심이 현물 ETF로 이동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비트코인 선물 ETF BITO 등은 31억달러의 총자산 감소를 경험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먼트도 BITO 보유분을 팔고 자사 비트코인 현물 ETF인 아크 21쉐어즈 ETF(ARKB)로 교체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 자산운용사 반에크도 현물 ETF 승인 이후 기존 비트코인 선물 ETF를 상장 폐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물 비트코인 ETF는 낮은 운용 수수료, 증권 계좌 사용으로 인한 거래 간편성, 규제 대응 측면, 롤오버 비용이나 내재 비용이 낮은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히며 투심을 자극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선물 ETF는 비트코인 현물 ETF 대비 열위한 상품”이라며 “대표 비트코인 선물 ETF로 꼽히는 BITO는 지난해 127% 총수익을 기록하며 비트코인 현물 대비 20%p 이상 언더퍼폼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국내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언제 가능할지 알 수 없다. 이전까지 금융위가 강경한 입장을 보였지만 다행히 전날 대통령실에서 “특정한 방향성을 갖지 말도록 한 상태”라고 답해 기대감을 높이는 중이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ETF를 규제당국에서 금지할 명분이 없는 관계로 가까운 시일 내에 해외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