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미국 자동차의 선전이 눈에 띄고 있다. 통상 한국 시장에선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포르쉐 등 독일차들이 7할 정도를 차지하고, 도요타 렉서스 혼다 등 일본차들이 나머지를 가져가는 구도였다. 하지만 올 들어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국적별로 따져보면, 일본차를 제치고 미국차들이 2위에 올랐다. GM과 포드 등 미국 완성차회사들의 선전이 이 정도일까, 하겠지만 그 배경은 다른 데에 있다.
이유는 테슬라다. 테슬라 혼자만 집계로 따져도 한국 수입차 시장 3위에 오를 정도로 한국에서 테슬라가 수입차 시장을 휩쓸고 있는 것이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독일차는 10만대가 넘게(10만3068대) 팔렸다. 이에 따라 총 17만대 가까운 이 기간 수입차 판매량의 60.7%를 차지했다. 미국차는 3만44대가 팔려 점유율이 17.7%였고, 일본차는 1만6913대가 팔리며 10% 점유율로 3위를 형성했다.
한국수입차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같은 기간엔 독일차(점유율 71.1%)가 압도적 1위였고, 이어 일본차(8.7%) 미국차(6.3%) 등이었다. 작년까지 독일차가 휩쓴 한국 내수시장 점유율은 올 들어 숫자가 크게 바뀌었는데, 이는 올 들어 테슬라 판매숫자가 잡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국수입차협회는 “테슬라는 아직까지 한국수입차협회 회원사로 등록하지 않고 있다”며 “회원사 통계만 쓸 수 있기 때문에 작년까진 테슬라 판매는 통계에 잡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테슬라 판매량이 너무 많아지면서 통계로서 의미를 갖추기 위해 올해부터 테슬라 판매량을 따로 집계해 넣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부터 공식적으로 통계에 잡히기 시작한 테슬라는 올 들어 8월까지 2만2268대의 차를 한국에서 팔았다.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13.1%의 점유율로 같은 기간 BMW(27.9%) 메르세데스벤츠(23.4%)에 이어 단독 3위에 올랐다. 내연기관이나 하이브리드카없이 모델3 모델Y 모델S 모델X 등 네개의 차종만 팔아 이룬 실적으로, 도요타와 렉서스를 합친 점유율(8.5%)를 크게 웃돈다. 테슬라를 제외하면, 올 들어 한국 수입차 시장의 국적별 점유율도 독일차(69.8%) 일본차(8.7%) 스웨덴차(6.7%)에 이어 미국차는 6.3% 점유율로 영국차(6.2%)와 비슷해지며 오히려 4위로 내려 앉는 결과가 나온다.
테슬라는 국내 전기차 시장을 거의 휩쓸다시피하고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한국에서 팔린 전기차는 총 3만5680대로, 테슬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62.4%에 달한다. 나머지 전기차를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내 완성차회사들과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폴스타 포르쉐 등 27개 수입차 회사들이 나눠 갖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통상 한국 내수 시장은 8할 정도를 현대차와 기아가 차지하고 나머지 2할을 국내 완성차와 수입차 회사들이 차지하는 구도인데, 전기차 시장만큼은 테슬라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며 “‘전기차=테슬라’라는 공식이 한국에서도 적용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회사들도 국내 전기차 시장을 테슬라로부터 뺏어오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 기아 등은 3000만원대 중저가 전기차부터 고성능 브랜드(N)까지 라인업을 만들어 시장 탈환에 나서고 있다. 올 들어 현대차는 캐스퍼일렉트릭, 기아는 EV3 등 가성비가 높은 전기차를 쏟아냈다. KG모빌리티와 한국GM 등도 중저가 전기차를 내놓으며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서는 중이다.
다만 테슬라의 열광적인 팬들이 많아 테슬라의 점유율을 단기간 낮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수입차 딜러는 “테슬라는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고 있지만, 테슬라 광적인 팬을 부르는 용어(테슬람)가 따로 있을 정도로 팬덤이 두텁다”며 “테슬라의 국내 인기가 언제까지 갈 지 관심”이라고 했다.